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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하얀 와이셔츠

원짱 쉼터 2022. 11. 1. 20:30

 

 

 






눈물의 하얀 와이셔츠 
 
"여보! 이리와 봐!"
"왜요?"
"와이셔츠가 이게 뭐야,
또 하얀색이야?"
"당신은
하얀색이 너무 잘 어울려요."
"그래도 내가 다른 색깔로
사오라고 했잖아!"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아내에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얀 와이셔츠말고 색상있는
와이셔츠로 사오라고 몇 번이고
일렀건만 또다시 하얀 와이셔츠를
사다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와이셔츠 다시 가서 바꿔와,"
"미안해요. 유행 따라 색깔있는
와이셔츠를 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당신한테는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나 원 참...."   
출근은 해야 하는데
몇 달째 계속 하얀색만 입고
가기가 창피했습니다.
.
한두 번 얘기한 것도 아니고
신랑을 어떻게 보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아내는 방바닥에 펼쳐 있는
하얀 와이셔츠를 집어 차곡차곡
개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하얀색 와이셔츠의
소매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신 지금 우는 거야?"
"......."
.
"신랑 출근하려는데 그렇게
울면 어떡해"..., 이 옷...
그냥 입어 주면 안 돼요?"
 .
"왜 그래?"
"아니에요. 어서 출근하세요."
아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나는 좀 심했나,
아내 어깨를 두드리며 한참을
안아주었습니다.
.
그리고 아내의 눈물 젖은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삐리릭 삐리릭!"
점심 식사시간, 마지막
숟가락을 놓자마자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정현주 님께서 보낸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
후다닥 사무실로 들어와 확
인을 해보니 세 개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두 개는 광고 메일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전 아내가
보낸 메일 이였습니다.
.
"아침부터 당신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아직 당신한테
얘기하지 못한게 있는데요  
말로 하기가 참 부끄러워
이렇게 메일로 대신해요."
 
 
무슨 얘기를 할지
조금은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여보,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부러워 했던게 뭔지 아세요?
옆집 빨랫줄에 걸려있는 하얀
와이셔츠였어요.
'우리 아버지도 저런 옷을 입고
회사에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버지요, 단 한번도...
단 한번도... 와이셔츠를
입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
물론 와이셔츠하고는 거리가
먼 환경미화원이셨지만   
줄줄이 셋이나 되는 우리 가족
뒷바라지에 새 옷 한 벌 입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다가신 분이세요."
.
지금까지 장인어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던 아내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그래서 전 당신 만나기
전부터 이런 결심도 했지요."
난 꼭 하얀 와이셔츠를
입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야지.
.
결국은 제 소원대로 당신과
결혼을 했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당신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하얀 와이셔츠를
 사지 않을 거예요.
.
당신이 화내서가 아니에요
이제야 알았거든요.
하얀 와이셔츠를 입어 보지
못한 나의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분 인지를요.
  
  
늘 조금 굽은 어깨로 거리의
이곳 저곳을 청소하러 다니시는
 나의 아버지야말로 하얀
와이셔츠만큼이나
마음이 하얀 분이라는 걸요.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
왜 이렇게 아내가 하얀
와이셔츠만 사오는지...,   
나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여보,
지금 뭐하고 있는 줄 알아?
아침에 당신이 하얀 와이셔츠
소매에 흘린 눈물자국 위에
입맞춤하고 있다구.
사랑해. 진심으로...




-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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