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고개
청보리가 익어가는 초여름의 새바람 장단에 어깨춤을 추며 초록빛 물결에 몸을 뒤척이는 보리밭 이랑 사이로~ 밭고랑과 두둑을 넘나들며 흙향과 풀빛이 빚어내는 생생生生한 보리내음에 흠뻑 취해 보고싶다. 어린시절어머니가 들려주셨던 보리고개 이야기는 가난한 시절을 살아가던 한 여인의 혹독한 가난이 무겁게 자리잡고 있기에 금방 숙연해질 수 밖에 없다.
파란 보리밭에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기 까지 어머니 세대들의 속은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어머니에게 보리밭은 가난했던 시절 보릿고개 너머 곡식이 여물어 가는 희망이자 믿음의 상징이었다. 풀내음 물씬 풍기는 초여름이면 달리 군것질 할 것이 없었던 우리의 어린 시절엔 삘기를 뽑아먹고 아카시아 꽃도 먹고송홧가루 등 새순을 먹고....
자연自然은 먹을 것 천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시절이 가난했지
만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追憶으로 행복했던 랑만浪漫이 아로새겨져 있다. 청보리밭에서 실려오는 샛바람에 몸을 맡기면, 금방이라도 노고지리 된 것처럼 한껏 가슴 부풀어 오르고,.. 보리피리 입에물고 목동이라도 되는 양 봄을 노래하기도 하며 눈 오는 날의 강아지 처럼.... 보리밭 이곳 저곳 천방지축 뛰어다녀 보기도 한다.
그러다 종다리 따라 하늘을 향해 힘껏 돌팔매질 해보며 입이 고프면 연둣빛 보리알을 한 움큼 입에 넣고 봄을 그렇게~ 씹어볼 일이다. 학교 갔다오는 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리밭 옆에 둥그랗게 둘러앉아 익어가는 보리이삭을 모닥불에 올려놓고 호호부불어가며 두손바닥으로 싹싹 비비면 "초로빛 보리알"만 빛이 난다. 그것을 한 움큼씩 입에 털어넣고, 이게 바로 '봄을 씹는맛'이라며 마냥 좋아하며 ...
얼굴과 온몸이 까매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동심童心어린 시절...그때 내고향을 푸르게 색칠했던 보리밭의 잊혀저간 날들이 가슴속으로 밀몰려드 몰려드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이 그저 먼~하늘만 바라본다. "풀피리 꺾어 불건 보리고개의 슬픈곡조는 어머니의 배고푼 한이 서린 한숨 소리"가 진성의 노래속에 지금도 귀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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