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 요양원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나가면
어린애 처럼 속이없어진다.
결국 원하건 원치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마누라가 있건 없건
돈이 있건 없건
잘 살았건 잘못 살았건
세상 감투를 썼건 못썼건
잘났건 못 났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고려시대에 60세가 넘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을
밥만 축낸다고
모두들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들 하는데
오늘날에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정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게 떠밀러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이
고려정터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가기 싫다고 해서
안가는 곳도 아니다.
늘고 병들고 혼미해져서
자식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하면
갈 곳은 그 곳 밖에 없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글이다.
요양병원에 갔을 때의
일들을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 의사의 말이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놀라운 정도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는 것 같다.
요양병원에 면회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옆에 뻘쭘하게 서있는
남자는 사위다
문간쯤에 서서 먼산만
보고 잇는 사내는
아들이다.
복도에서 휴대폰 만지작
거리며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는 부모를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가서
살뜰히 보살피며,
준비해 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대개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딸이 사다놓은 음료수
하나 까처먹고
이내 사라진다.
아들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놓은 벌을
늙어서 빋는 것이다.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는 세상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요양병원 요양원
오늘도 우리의 미래가 될
수 많은 그들이 창살없는
감옥에서 의미없는
삶을 연명하며 희망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도 자신의 말로가
그렇게 될 줄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는 절대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두고 보면 안다.
그래도 어쩌랴 내 정신가고
사는 동안이라도 돈 아끼지
말고 먹거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보고
보고싶은 것 보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좋은 친구들과 즐겁고
재미있게 살다가야지
기적같은 세상을
헛되어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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