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이나 쓰고 가지 쌓아서 무엇 하나
인심이나 쓰고 가지 쌓아서 무엇 하나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억만장자도
알몸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북망 산천 갈 때에는
국화꽃 수백 송이와 삼베 몇 필 감고
가는 그것이 고작인 것을 인심이나 쓰고 가지
쌓아 놓으면 무엇 하리.
우리가 영생을 살 것처럼 아둥 바둥
지지고 볶다 욕심이 골마 쥐어짜고 해봐야
산천 초목이 70~80번 바뀌면 그대나 나나
노병에는 이기는 장사 없으니
누우라면 눕고 오라면 가고 힘없으니
세상 순이대로 살아가는 이치가 아니던가
우리는 길 떠나는 나그네인데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 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애절한 사연 서로 나누다 갈림길 돌아서면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 더 사랑해 줄 걸
더 베풀 것을 후회할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하고 미워했는지
사랑하며 살아도 너무 짧은 시간
베풀어 주고 또 줘도 남는 것들인데
웬 욕심으로 무거운 짐만 지고 가는
애절하고 고달픈 나그네 신세인가.
그날이 오면 다 벗고 갈 텐 데.
무거운 물질의 옷도 화려한 명예의 옷도
자랑스러운 고운 모습도 더 그리워하면
더 만나고 싶고 더 주고 싶고 보고
또 보고 따뜻이 위로하며 살아야 하는데
왜 그리 마음에 문만 닫아 걸고
더 사랑하지 않았는지
아니 더 베풀지 못했는지 천 년을
살면 그리할까?
만년을 살면 그러리오 사랑한 만큼
사랑받고 도와준 만큼 도움 받는데
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몸부림쳤던
부끄러운 나날들 우리가 서로 아끼고
사랑해도 허망한 세월인 것을
어차피 저 인생의
언덕만 넘으면 헤어질 것을,
조금 양보하는 미덕으로 살면 될 텐 데 .
조금 돕고 베풀면 행복할 텐 데,
조금 배려하고 용서하면 될 텐 데,
조금 덜먹고 나누면 행복할 텐 데,
무엇이 그리 길고 질기다고
움켜만 쥐나 갈 때는 너나 나나
보잘것없는 알 몸뚱이 뿐인데
미워하고 싸워 봐야 상처 난 흔적만
훈장처럼 달고 갈 텐 데,
이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이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사랑해야지
우리는 다 길 떠날
나그네들 이라네
(글/청호 윤 봉석/작)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