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의향수 저녁밥 짓는 연기가 깔리면 아이는 소를몰고 논둑길 건너고 우리 아부지 산골짝 에서 나뭇짐 한짐지고 산허리 돌아 내려오는 길에는 강아지 꼬리 흔들며 마중 나간다. 저녁짓는 어머이 의 손끝에는 부짖갱이 닳아서 몽당이 되고 사랑방 문틈으로 들리는 소리 성과 누야 의 가마이 짜는 소리에 초저녁 겨울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밤새 짠 가마이 시장에 내다팔아 아부지 지게에는 물밍태 한마리 달랑달랑 춤추며 따라온다. 물밍태 한마리를 식구수 대로 토막내 가마솥에 무시를 썰어넣고 국을끓여 할매 와 아부지는 가운데 토막 우리들은 그 다음 어머이는 밍태머리 어머이는 고기를 싫어하셔서 그래서 늘 밍태 머리만 드신다. 어제 시장에서 사온 물밍태 한마리는 그렇게 오랜만에 우리 밥상을 풍요롭게 장식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골겨울 저녁은 조용히 깊어만 간다.